cool cat의 굴욕..?
매주 월, 목, 금요일은 cool cat이 복지관에 가는 날입니다.
원래는 월, 목만 갔었는데 어쩌다 보니 하루가 더 늘었습니다.
뭐.. 거창하게 자원봉사라 말하기도 민망하게
복지관 가서 어르신들과 걍 컴퓨터 가지고 놀다 옵니다.
처음엔 다들 컴퓨터를 어렵게만 생각하셨는데
지금은 메일도 보내시고 동영상 편집도 하시고
네이트며 싸이 등등.. 별것 별것 다 하실 줄 아신답니다.
요즘은 포토샵이랑 태그도 쪼매씩 가르쳐 드리고 있습니다.
모르긴해도 동년배 어르신들 중엔 컴퓨터를 젤 잘 하실것 같다는..ㅋ
( 그 선생이 누구더라 .. ㅋㅋ 자랑질~~)
손주들에게 컴터 실력도 한번씩 뽐내고 오셔선
멋쟁이 할아버지라는 소릴 들었다며 좋아라 하시는걸 보면
제가 더 기분이 좋고 뿌듯~하니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이럴때보면 어르신들 넘 귀여워(?)보이세요..
어쩌다 한번씩 바쁘고 귀찮아 가기 싫을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번도 빠진적 없이 꾸준히 가게 되는건
아마 그동안 쌓인 끈끈한 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수업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여서 마치고나면 늘 점심을 함께 먹게 됩니다.
매번 사주시는게 좀 부담스러워 안가겠다고 사양을 하면
'월급도 안받는데 점심이라도 사줘야지' 하시며
'김선생 안가면 우리도 점심 먹으러 안간다.' 그러십니다.
그러면 또 못 이긴채 따라나서 단골 식당서 거금 4천냥 짜리 백반을 먹는답니다.
조미료가 좀 들어가긴 했지만 푸짐 하고 디게~~맛있어요..ㅎ
게다 성격 화통한 사장님 인심도 짱입니다..
무한 리필~~ ㅋㅋ
가족이란 뜻의 식구라는 말에는 함께 밥을 먹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식구.. 즉, 가족 이란 뜻이지요..
그래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 정을 나누는 일이고
그만큼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잘 몰랐던 사람과도 차를 한잔 마시거나 밥을 함께 먹으면
왠지 좀 친해진듯한 생각이 드는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듯 합니다.
그래서 그놈의 정때문에 2년을 코가 꿰어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복지관을 가게 되는것 같습니다..
수업이 있는 날 행여 결석이라도 하시면 어디 편찮으신가해서 걱정도 되고 ..
절 워낙 편하게 여기신 나머지 아무때나 불쑥뿔쑥 전화를 하셔서
좀 곤란하게 만드실때도 있지만..ㅎ
제가 할 수 있는한 물어오시거나 부탁하시는 일은 최대한 들어 드리려 노력합니다.
컴퓨터하시다 쪼매라도 궁금한게 생기시면 바로 급전화..
(사실은 저도 컴퓨터 잘 못하는데..ㅜㅜ)
mp3나 네비게이션 펌웨어도 찾아드리고 심지어는 노래 파일까지..ㅜㅜ
인터넷에서 어떤 물건을 물건을 사야된다시면 사이트를 온통 뒤져 비교한 뒤
젤 싸고 괜찮다 싶은것 링크걸어 보내드리고 아니면 직접 주문해 드리기도 합니다.
usb, 감자, 고구마..모자 등등 ..별거 별거 다 사봤어요..
어떨땐 제가 마치 텔레마케터 같다는 생각이..
네..네.. 고객님~~ ㅋㅋ
여튼 .. 이게 바로 함께 먹는 사람을 한가족으로 만들어주는 밥의 힘..?
요 사탕이랑 포도 봉봉은 어르신들께 받은 일종의 선물(?) 입니다.ㅎ
사탕 종류가 모두 다르죠..?
왜냐면 다 다른 어르신께 받아서 그렇습니다. ㅎ
제가 지나가면 손에 몰래~ 쥐어 주시는데..
사실 전 초콜릿은 좋아해도 사탕은 별로 안 좋아 합니다.
게다 씁쓸한 인삼에 매운 계피나 목캔디는 더더욱..ㅜㅜ
하지만 수업 하면 목이 아플 거라고 마음을 써서 주시는건데
사탕 싫어 한다고 안 받을 수 없어
그저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하고 다 받아 옵니다.
아마 우리 어르신들은 cool cat이 사탕 엄청 좋아하는 줄 아실걸요..ㅎ
저렇게 받아와 한봉지 가득 모이면 제가 만든 간식이랑 같이
되가져가 나눠 먹고 그럽니다.
근데 말이죠.. 이걸 cool cat의 굴욕이라고 해야하나..?
제가 빵도 굽고 과자도 굽고 샌드위치도 만들고 때론 김밥도 싸서 가져 가는데..
이렇게 공들여 만든 음식 보다 걍 감자나 고구마를 그대로 쪄가면 훨씬 더 좋아하신다는..ㅠㅠ
'우린 이런게 더 좋아 .' 하시며 맛있게 잡수시는걸 보면
잘 드신다고 좋아해야할지.. 참 표정 관리하기 힘듭니다 .. ㅎ
흑 흑.. 제가 만든게 그렇게 맛이 없었던 걸까요.. ?
그래도 여전히 음식 만들어 한번씩 들이대는 cool cat..
걍 감자보다 더 맛있다고 말씀 하시는 그 날까지 계속 도전 .. !!
엥~~ 이건 또 무슨 오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