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린시절엔 주택에 살았었답니다..
아파트는 편리하고 좋은 점도 많지만
마당이 있고 작은 정원을 가꾸는 소소한 재미같은 것은
아무래도 덜한 것 같더라지요..
봄이면 화사하고 화려한 덩쿨 장미를 볼 수 있어 좋았고
초여름엔 향 짙은 라일락 나무의
고운 보랓빛 꽃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여름엔 어른 주먹만한 큼직한 무화과가 주렁 주렁 열려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열매를 따먹는 재미가 있었지요..
큰 바구니 가득 가득 무화과를 따면 엄마는 무화과 잼을 만들어
동네 이웃들과 나누어 먹고 그랬어요..^^
가을엔 단풍 드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도
작은 설렘과 경이로움이었고
겨울엔 헐벗은 나무의 가지를 보는것이
조금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나름의 운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며칠전 대파를 한단 사왔는데
문득 어린시절 생각이 나더라지요..^^
엄마는 파를 사오시면 냉장고에 넣기 보단
정원 한 구석에 땅을 파고 흙 속에 묻어 두시더라구요..
그렇게 묻어 놓고 먹는 파가 땅기운을 받아서인지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는 것 보다
훨씬 싱싱하고 맛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근데..아파트로 이사온 뒤론 대파를 사오시면
몽땅 다듬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푸른 잎부분이 좀 많다 싶으면
엄마는 꼭 쇠고기국을 끓이시더라구요..
대파가 듬뿍 들어간 쇠고기국은 달큰하면서도
시원한 것이 감칠맛이 나거든요..
많은 양의 대파를 갈무리하고 처리하기 위한
울엄마 나름의 살림의 지혜였던 것 같아욤..^^
지난 주말 마트에서 대파를 한단 사온 쿨캣..
엄마가 하시던 것 처럼 쇠고기국을 끓여 보았습니당..
오늘은 울엄마가 하시던 방법 그대로 만들어 볼께요..
엄마 손맛이 나길 바라면서욤..^^
>> 재 료 <<
쇠고기 (양지) 200g, 무 한토막, 느타리 버섯 한줌,
숙주나물 1봉지, 대파 2대+ 푸른 잎부분 잔뜩~ㅎ
물, 다시마 육수 14컵..
고춧가루 2큰술, 마늘 1큰술, 국간장 2큰술,
청주 1큰술, 천일염 적당량..
먼저 양지는 키친 타올에 올려 손으로 지긋이
꾹꾹~눌러 핏물을 제거해 줍니다.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슬쩍 한번 볶아 고추기름을 낸 다음..
쇠고기와 국간장, 청주 약간 넣고 넣고 달달 볶아 줍니다.
이어 사방 썰기로 막 썰기한 무를 넣고
함께 달달 볶아 줍니다..
근데.. 요기서 잠깐..!!
사방썰기로 막 썰기한다는 표현은 표준말이구요..
울엄마가 하시던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옮기자면
' 삐져 넣는다..' 요래 표현을 한다지욤..ㅎ
무를 들고 연필 깍듯 칼로 비껴 썰어 잘라 넣는 것을
삐져 넣는다고 말을 한답니당..^^
무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과 다시마 육수를
잘박하게 부어 센불로 가열해 한번 끓어 오르면
중불로 낮추고 뭉근히 끓여 줍니다.
무가 거의 익고 고깃 국물이 우러 나오면
손질해 씻어 둔 숙주나물과
큼직하게 찢어 둔 느타리 버섯을 넣고 끓여 줍니다.
보통 쇠고기국엔 콩나물을 넣는 분이 많던데
울엄마는 꼭 숙주나물을 넣으시더라구욤..
왠지는 잘 모르긋어용..ㅎ
근데 제 입엔 콩나물 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요기서 또 잠깐..!!
경상도 사투리로 숙주나물은 '녹디발..'이렇게 불러용..ㅎ
녹두에서 발(싹)이 나온것이 숙주나물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숙주가 익어 부드러워지면 어슷 썬 대파를
듬뿍 넣고 채썬 양파도 넣어 한소끔 끓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간장과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시면
진하고 감칠맛 나는 얼큰한 쇠고기국 완성~~!!
당근 한그릇 푸짐하게 담아봐야지욤..
국물이 붉그스럼한것이 얼큰하니 맛나보이시지욤..^^*
대파가 듬뿍 들어가 달큰하면서도 얼큰하고
또 시원하고 개운한 맛까지..!!
진짜 국물이 끝내줘용..!!ㅎ
푸짐한 건더기를 잔뜩~~
쿨캣은 일케 나물 건더기가 많은 국이 좋아용..^^
아삭하면서도 살짝 부드러운 식감의 숙주나물과
쫄깃한 느타리 버섯이 월매나 잘 어울리는지..
평소에 고기를 그리 즐기진 않지만
요래 국에 들어간 고기는 맛나드라구욤..^^
가끔은 너무살이 필요햇~~!!ㅎ
(너무살 => 넘의살 => 남의 살)
오늘 사투리 완전 작렬해 주시는 쿨캣입니당..ㅋㅋ
큼직하게 '삐져' 넣어 더 맛있는 달큰한 무~~ㅎ
밥도 한술 훌훌~~말아서리~~
근디..쇠고기국엔 왠지 하얀~~쌀밥을 말아줘야할 것 같은~~!!
아~~마님~~!! ㅋㅋ
그럼 야무지게 한입 크게 앙~~ ^0^
뭐..요 맛이야 설명이 따로 필요 없겠지욤..!!
이 정도면 엄마 손맛이 난다고 우겨도 될 것 같아용..^^ㅎ
요즘 대파값도 꽤 저렴하던데
혹 대파를 사오셨다면 쿨캣처럼
쇠고기국을 한번 끓여 보세요..^^
보양식 삘이 나는 맛있고 진한 쇠고기국을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당..^*
'♡ .. 매일매일 힐링 요리 .. ♡ > 찌개, 국, 찜, 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얼큰한 참치 순두부 찌개 (0) | 2012.02.02 |
---|---|
오돌오돌 톡톡 터지는 재미..매콤 칼칼 알탕 찌개 (0) | 2012.01.27 |
{매운 어묵탕}떡이 들어가 더 맛있는 매운 어묵탕 (0) | 2012.01.05 |
꾸밈없는 고향의 맛..겨울철 별미 배춧국 (0) | 2011.12.22 |
비벼 먹으면 더 맛있는 매콤한 참치 햇무조림 (0) | 2011.11.17 |